다낭에서 살다. 다낭 고향이발관

심현덕

포스트 아가싱즈

다낭살다 (3)

어느덧 다낭에 자리한지 세 해가 되어간다.

그동안 숙소를 서너번 옮기고, 입에 안맛던 현지 음식이 익어가는 요즈음이다.

그래도 아직 한국과의 물리적 심리적 시차는 늘 의식하게 되는건 어쩔수가 없는것 같다.

현지 음식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한식이 땡겨서 한국 식당을 찾아가거나, 케이마트에서 낯익은 한국 캔커피를 마실때는 역시 어쩔수 없는 한국인임을 실감한다.

 

...하지만 어느새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미케 해변을 산책하며 만나는 일상은, 한국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수밖에 없다. 

아침 햇살 아름다운 해변을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걸으면 저 멀리 선짜산의 반꼬 봉우리를 두른 구름과,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영응사의 해수관음상이 편하게 보이는건 그만큼 이곳에서의 시간이 흐른 덕이리라.

 

다낭살다 (1)

무리지어 사진찍기에 열중인 여행객들과, 그 사이에서 무심히 운동하고 수영하는 주민들로 가득한 모래사장을 지나면, 한적한 해변에는 그물을 당기느라 남녀 대여섯 사람이 두갈래 긴 줄을 허리에 두르고 천천히 뒷걸음질 치는 어촌마을 풍경을 볼 수 있다. 산책길 목적지인 카페에서 음료 한잔 마시고 돌아 내려오면, 바구니배 옆에 자리한 아낙네의 소쿠리에 담겨진 소박한 수확물을 볼 수 있으리라.

언제부터 저런 방식을 썻을지 짐작도 하기도 어려운 무동력 어로를 이곳에서는 21세기에도 이어가고 있다.

 

동해안이 고향인 필자에게는 익숙한 갯내음 풍기는 어촌에 늘어서있는 고깃배들.

그 뒤로 보이는 초고층 빌딩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풍경을 담는 여행객들의 즐거운 표정을 스치며 여행의 참된 가치는 낯선 환경에서 발견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낭살다 (2)

널찍한 도로를 따라 가는 출근길엔 사계절 번갈아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들과

다양한 열매가 탐스럽게 달려있는 가로수.

한국이라면 실내에 좋은 자리를 귀하게 차지했을 이국의 식물들이 주택가 길가에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꽃을 피운채 호기심 많은 이방인을 무심히 바라본다.

 

작렬하는 한낮의 무더위를 선사한 태양이 멀리 반야산 너머로 작별할 즈음의 하늘은 환상적인 붉은 노을로 공기를 물들이며 보는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기후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국에서의 삶이 때론 고되고 외로워도, 사람 사는곳이라면 어디나 내재하는 보편적 가치는 그리 다르지 않음을 이 곳에서 곰씹어 본다.

 

퇴근길 노천식당에서 들리는 유쾌한 웃음과 노래소리.

아파트 아래에서 밤새 울리는 흥겨운 음악들

아름다운 자연속에 유유히 살아가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분,초를 다투며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게 한다.

 

비록 유의미하였지만 

너무 힘들게 살아온 것이 아닐까?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오늘이다.